일상 이야기

싱가포르 여행 1일차

오고루 2024. 12. 27. 01:08

첫날은 오전 10시에 알람을 맞춰뒀는데 아침 일찍부터 활동하는 근처 객실의 손님들 때문에 억지로 눈이 떠지고 말았다. 방음이 거의 되지 않아서 복도나 옆방소리가 잘 들리는데 아침 9시쯤에 옆방 여자가 남편인지 남자친구인지 아무튼 파트너와 언성을 높이면서 싸우다가 이내 너무나 서럽게 울길래 덩달아 슬픈 아침을 맞이했다. 듣다 보니 잠이 확 달아나서 어쩔 수 없이 예정보다 일찍 준비해서 숙소를 나섰다. 
싸우지 마시구,,, 얼른 화해하시구,, 즐거운 여행되세요,,ㅜ

호텔근처 스타벅스에서 아바라를 마시며 상쾌하게 스타트
본래 수도원이었으나 종합몰로 탈바꿈한 차임스
1887년에 개업한 유서깊은 최고급 호텔 래플즈

 
첫날 일정은 아립스트리트였는데 걸어가는 길에 차임스와 래플즈 호텔이 있길래 가볍게 둘러보았다. 차임스는 크게 볼거리가 없었는데 래플즈 호텔은 브리저튼에 나올 법한 고급 저택 같은 느낌이어서 흥미가 갔다. 특히 애프터눈 티세트가 유명하다고 하니 기회가 된다면 꼭 가보고 싶다.

아랍 스트리트

 

 

유럽풍의 건축물을 보며 걷다가 아랍스트리트에 도착하니 거리의 분위기가 다시 확 바뀌었다.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고 그 후 다양한 이민자들이 모여 공동체를 이룬 나라이다 보니 크지 않은 도시 안에서도 다양한 문화의 거리가 많아서 신선했다. 가게들은 대부분 가벼운 먹거리를 파는 식당이나 작은 소품들을 파는 가게였는데 왜인지 K-pop굿즈샵과 한국식 즉석사진 체인점이 많아 눈에 띄었다.
생각보다 거리가 길게 이어지지는 않아서 쁘띠 타지마할(아님)까지만 가볍게 둘러본 뒤 본격적인 일정인 마리나 베이 샌즈로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마리나 베이 샌즈

쌍용건설이 건축한 걸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마리나 베이 샌즈
쇼핑몰 내에 운하가 있다.

싱가포르에 왔다면 빼놓을 수 없는 마리나 베이 샌즈. 예전부터 마리나 베이 호텔의 인피니티 풀에 가보고 싶었으나 인피니티 풀은 숙박 고객 전용이기 때문에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기약하며 이번에는 가든스 바이더 베이와 전망대 등등만 만끽하기로 했다.

딘타이펑

돼지고기 & 게살 샤오롱바오
우육면

 
금강산도 식후경.. 본격적으로 마리나 베이 샌즈를 돌아보기 전에 배를 채우기 위해 딘타이펑으로 향했다. 인기 있는 음식점이라 웨이팅이 꽤 있다는 소리를 들어서 일부러 점심시간대 보다 살짝 일찍 갔는데 운 좋게 웨이팅 없이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심플하게 가장 인기있는 샤오롱바오와 우육면을 주문했다. 착석은 일찍 했는데 매장이 크고 거의 만석이다 보니 음식은 좀 늦게 나왔다. 하지만 기다린 시간이 아깝지 않을 만큼 너무너무 맛있었다... 특히 우육면의 고기가 너무너무너무 부드럽고 맛있어서 사진을 보는 지금도 입에 침이 고일 지경..
가격은 음식 두 개와 음료하나 합쳐서 5만원 정도였는데 좀 비싸긴 하지만 만족스러운 식사였기 때문에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가든스 바이더 베이 - 클라우드 포레스트 & 플라워 돔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안에는 여러가지 볼거리가 있는데 그중 사람들 후기가 가장 좋은 클라우드 포레스트와 플라워 돔만 가보기로 했다. 
플라워 돔은 마침 연말이라 그런지 전체적으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꾸며져 있었고 선물을 실은 기차 미니어처등 디테일하게 신경 쓴 요소가 많아서 소소한 구경할 거리가 많았다. 다만 실내가 굉장히 추웠는데 열대식물이 많은 온실에서 이렇게 기온이 낮아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또 이렇게 식물과 물이 많음에도 벌레가 전혀 없었던 것 또한 신기한 포인트였다. 
클라우드 포레스트는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괜찮았었는데 입장하자마자 보이는 커다란 인공폭포가 큰 임팩트를 주었다.
솔직히 플라워 돔은 크게 볼거리가 있는 느낌은 아니었는데 클라우드 포레스트는 이 폭포만으로도 돈값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스트 박스 - 카야 토스트

 
클라우드 포레스트까지 둘러보았더니 내리 2시간을 연속으로 걸어서 체력이 금방 바닥나버렸다.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쇼핑몰로 다시 돌아와 쉴 곳을 찾다가, 친구가 꼭 먹으라며 거듭 당부를 했던 카야 토스트 전문점을 발견해 홀린 듯이 들어갔다.
카야 토스트야 어차피 식빵에 카야잼을 바른 것이니 어디서 어떻게 먹든 똑같을 거라 생각했는데, 원조인 싱가포르에서는 반숙계란에 간장을 뿌린 다음 빵에 찍어먹는 게 일반적인 듯했다. 나중에 저녁도 먹어야 하니 토스트는 하나만 시켰는데 먹다 보니 추가로 더 시킬까 싶을 정도로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한국에서는 버터조각을 넣어서 먹는 경우가 많은 듯한데 이렇게 반숙 계란과 간장을 찍어먹는 방식도 빨리 전파가 되었으면 한다. 왜냐면 내가 또 먹고 싶으니까...

바샤커피

 
원래는 토스트를 먹고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슈퍼트리와 OCBC 스카이웨이에 가려했지만 내가 결제한 셔틀버스가 1DAY Free가 아니라 2회 한정 티켓이어서 빠꾸를 먹고 급 짜게 식어버렸다.. 그래서 다시 쇼핑몰로 돌아오는 길목에 피아노를 치던 한국 꼬마아이를 발견했는데, 뭘치나 싶었더니 로제의 아파트를 연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 인도 잼민이가 아파트~ 아파트~ 노래를 부르는데 여기가 싱가포르인지 명동인지 잠시 혼란스러웠다. 아랍 스트리트도 그렇고 K-pop 이 정말 메이저 문화가 되긴 했나 보다...
 

 
스펙트라 분수쇼와 스카이 파크 전망대 야경은 꼭 보고 싶은데 저녁시간대까지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버렸다. 쇼핑몰의 가게들을 둘러보기엔 너무 명품샵 위주라 볼 것도 없고, 호텔에 있던 카지노에라도 가려했으나 여권을 안 가져와서 그마저도 불가능했다.
어쩔 수 없이 2차 디저트를 먹기로 하고 싱가포르의 핫한 커피 브랜드인 바샤커피를 방문했다. 아무래도 커피 전문점이다 보니 원두 리스트만 책자처럼 두꺼웠는데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서 대충 점원이 추천해 주는 커피로 주문했다. 주문하자 마자 메뉴를 빼앗아 가버려서 아직도 내가 뭘 먹었는지 모른다 ㅜ
솔직히 커피는 단맛으로 먹는 터라 향이 어떤지 맛이 좋은지는 잘 모르겠으나 인테리어와 식기들이 고급진 느낌이 나서 사진을 찍기에는 좋았다. 근데 함께 주문한 초코 크루아상은 별로였다. 가실 분들은 다른 거 시켜드세용,,

스펙트라 - 라이트 & 워터 쇼

 
커피를 한 사발 들이켜고도 시간이 조금 남아서 그냥 분수쇼 하는 난간 앞에 앉아서 시간을 때웠다. 싱가포르는 덥고 습하고 비가 자주 내린다고 들은 것과는 달리, 운 좋게도 오늘은 비도 내리지 않고 비교적 선선한 편이라 밖에서 기다리는 게 크게 불쾌하지는 않았다.
야경을 보며 기다리다 8시가 되자 바로 분수쇼가 시작되었는데, 기대한 만큼은 아니었으나 다른 쇼핑몰에서 보던 어설픈 분수쇼보다는 확실히 퀄리티가 있고 보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음향이 좋아서 더 몰입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스카이 파크 전망대

 
분수쇼는 8시 15분까지이고 예약해 두었던 스카이파크 전망대 입장시간은 8시 30분이어서 분수쇼가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전망대로 이동했다.
스카이파크 전망대는 마리나 베이 호텔 타워 3 56층에 위치하는데 꼭대기인 57층 인피니티 풀 바로 아래에 있다. 전망대에서는 배 모양 구조물 전체를 돌아다닐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타워 3에 해당하는 1/3 지역만 볼 수 있게 되어있어 아쉬웠다.
아침부터 12시간 가까이 걸어 다녔다 보니 정말 피곤했지만 기다린 보람이 있을 만큼 멋진 야경을 마주할 수 있었다. 8시 45분부터는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서 트리쇼가 진행되었는데 멀리서나마 구경할 수 있어서 스카이웨이를 가지 못한 한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었다. 
 
원래는 이후에 머라이언 파크까지 들렀다 올 예정이었지만 체력이 방전되어서 그다음 날 일정으로 미루고 바로 MTR을 타고 호텔로 귀가했다. 너무 많이 걸어서 다리가 아플 줄 알았는데 다리보다는 허리가 아파서 앉아서 쉬는데도 고생이었다.ㅜ
워낙 게으른 성격인 나이기에 누가 옆에서 등 떠밀어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보고 밥도 대충 때울 줄 알았는데,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의식하다 보니 오히려 평소보다 더 돌아다녔던 것 같다. 몸은 고되지만 나름 티켓값이 아깝지 않게 돌아다녔던 것 같아서 뿌듯했다. 내일도 아쉬움 없도록 뽕을 뽑으며 돌아다녀야지.
 
호호~~~~~

'일상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싱가포르 여행 3일차  (2) 2024.12.30
싱가포르 여행 2일차  (1) 2024.12.28
싱가포르 여행 0일차  (3) 2024.12.26
싱가포르 여행 계획  (5) 2024.12.24
2023년을 돌아보며  (3) 2024.02.12